발견 직후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놓은 니트로사민의 존재를 제약업계는 2018년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니트로사민 인식 부족의 원인은 무엇이었을지 알아봅니다.
ICH M7 가이드라인의 한계와 "cohort of concern" 개념
ICH M7 가이드라인(2014)은 니트로사민을 "cohort of concern"으로 명시하고 있었지만, 실제 제약업계에서는 체계적으로 평가되지 않았습니다. ICH M7은 DNA 반응성(변이원성) 불순물의 평가 및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었으나, 니트로사민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평가 절차나 분석법을 상세히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 ICH M7 발행 당시 니트로사민은 "cohort of concern"으로 분류되어 일반적인 TTC(Threshold of Toxicological Concern) 1.5μg/day 한계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할 방법론이나 분석법이 부족했습니다.

식품업계와 제약업계의 관리 접근법 차이
식품업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니트로사민 관리가 정착되어 있었습니다. MIT의 Steven Tannenbaum 교수와 동료들은 1970년대 초부터 30년 이상 니트로사민 연구를 수행했으며, 식품에서의 니트로사민 분석, 형성 메커니즘, 생체 내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습니다. 특히 육류 가공업계에서는 1975년 베이컨에서 니트로사민 형성 우려로 인해 아질산나트륨 사용량을 200ppm에서 125ppm으로 줄이고, 아스코르브산나트륨 550ppm 의무 첨가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 식품업계: 보존제(아질산나트륨) 사용이 의도적이므로 니트로사민 형성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관리
- 제약업계: 불순물 관리는 예상되는(reasonably expected) 불순물에 중점을 두었으며, 니트로사민은 "예상치 못한" 불순물로 간주
제약업계에서 아질산나트륨 사용의 일반성
제약업계에서 아질산나트륨은 다양한 합성 반응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1920년대부터 제약업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디아조화 반응, 니트로소 화합물 합성, 살충제 중간체 생산 등에 활용되었습니다.
화하이 제약의 발사르탄 제조공정에서도 나트륨 아지드를 제거하기 위한 퀀칭제(quenching agent: 공정 특성상 반응 후 남아있는 과잉 반응물(예: 나트륨아지드)을 비활성 물질로 전환하여 다음 단계나 제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소화” 또는 “종결”시키는 시약)로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업계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DMF 용매에서 미량의 디메틸아민과 아질산나트륨이 산성조건에서 반응하여 NDMA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었습니다.
분석법 및 인식의 한계
2018년 이전 제약업계는 니트로사민 분석법이 부족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GC-MS, LC-MS 등을 이용한 니트로사민 분석법이 개발되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극미량의 니트로사민 검출을 위한 고감도 분석법이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화하이 사례에서 보듯이 미지의 피크를 "노이즈"로 간주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2012년 검증 배치에서 NDMA 의심 피크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노이즈로 치부했습니다.
규제당국의 인식 부족
규제당국도 니트로사민 위험에 대한 체계적 평가가 부족했습니다. EMA는 2018년 중반 발사르탄 사태 이후 "EU 규제당국은 2018년 중반 의약품에서 니트로사민 존재를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니트로사민이 제약업계에서 예상치 못한(unexpected) 발견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업계 관행과 위험 인식의 차이
제약업계와 식품업계 간 니트로사민에 대한 위험 인식과 관리 접근법에 근본적 차이가 있었습니다:
구분 | 식품업계 | 제약업계 |
니트라이트 사용 | 의도적 첨가(보존제) | 합성 시약/중간체 |
위험 인식 시기 | 1970년대 | 2018년 |
관리 접근법 | 사전 예방적 | 사후 대응적 |
분석법 개발 | 1970년대부터 체계화 | 2018년 이후 급속 발전 |
규제 프레임워크 | 조기 확립 | 2018년 이후 구축 |
결론
제약업계에서 2018년 이전 니트로사민 생성 가능성이 평가되지 않았던 이유는 ICH M7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구현 방법 부족, 식품업계와 다른 위험 인식 접근법, 분석법의 한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불순물"에 대한 체계적 평가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니트로사민의 과학적 지식은 존재했지만, 제약업계 특유의 제조공정과 위험평가 체계에서는 간과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문헌
Drug Substance And Drug Product Workflows For Quality Risk Management For The Presence Of Nitrosamines In Medicines | Lhasa Limited
Nitrosamine impurities in medicines: History and challenges
Pharma Excipients. N-Nitrosamines Impurities in Pharmaceuticals The Abrupt Challenges that Resulted, the Evolving Science, and the Regulatory Fram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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