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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로사민 이슈의 역사

RA Hive 2025. 7. 3. 18:58

주의: 이 연재물은 제약회사 개발팀 소속 저자가 개인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며, 의학적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본 시리즈에서 다루는 의약품의 니트로사민 오염 및 생성 가능성은 전 세계 규제기관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평가되며, 필요시 적절한 위험 저감 조치가 시행되고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니트로사민의 최초 발견과 과학적 의미

니트로사민은 19세기 후반, 독일의 화학자 오토 비트(Otto Witt) 2차 아민과 아질산염의 반응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처음으로 합성하여 그 존재가 과학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1870년대 실험실에서 합성된 니트로사민은 이후 수십 년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1956년 영국의 과학자 존 반스(John Barnes)와 피터 매기(Peter Magee)가 대표적 니트로사민인 NDMA가 동물의 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고, 발암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흰 쥐에게 dimethylnitrosamine (DMN)을 사료에 혼합 (50ppm, 100ppm)하여 4-40주간 투여한 연구에서 DMN이 악성 간종양을 유발함을 최초로 입증했습니다. 100ppm 투여군은 4주 후부터 급성 간괴사로 사망했으며, 50ppm 투여군은 30주 후 사망률이 증가했습니다. 생존 쥐는 투여 중단 후 40-60일 잠복기를 거쳐 다발성 악성 간세포암이 발생했고, 종양은 간 중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조직학적 검증 결과 종양은 명백한 악성 특성(이형성 세포, 높은 핵분열 지수)을 보였으며, 일부에서 폐 전이도 확인되었습니다. DMN 투여 기간이 길수록 종양 발생률이 증가했으며, 50ppm 투여군에서도 37주 이상 투여 시 100% 종양 발생률을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DMN이 강력한 간 발암물질이며, 단기 노출 후에도 잠복기를 거쳐 종양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후 니트로사민은 어분, 가공육, 맥주, 맥아 등 다양한 식품과 환경에서도 검출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류 건강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인식되었습니다. 특히, 니트로사민의 발암성은 국제암연구소(IARC)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식품·의약품 분야에서의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의약품에서의 니트로사민 검출과 2018년 발사르탄 사태

의약품에는 예상하지 못한 불순물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트로사민 이슈가 의약품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2018년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사태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중국 제조사의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 FDA, 유럽 EMA, 한국 식약처 등 주요 규제기관이 즉각적으로 대규모 회수와 처방 제한 조치를 시행하였습니다.발사르탄은 고혈압, 심부전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었기 때문에, NDMA 검출로 인한 시장 충격과 환자 불안이 매우 컸습니다. 이후 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칸데사르탄, 올메사르탄 등 같은 계열의 사르탄류(Angiotensin II-receptor antagonists) 의약품에서도 NDMA 및 기타 니트로사민류가 검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제품이 회수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제네릭 의약품 난립과 제조공정의 복잡성, 그리고 불순물 관리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각국 규제기관은 니트로사민 불순물의 발생 원인 규명과 사전 위험평가 체계 도입을 서둘렀습니다.

 

NDMA 이슈의 확산과 라니티딘, 니자티딘, 메트포르민 사태

2018년 발사르탄 사태 이후 NDMA 검출 이슈는 위궤양 치료제 라니티딘, 니자티딘, 그리고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등 다양한 의약품으로 확산되었습니다. 2019년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는 라니티딘 제제에서 NDMA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의 대규모 회수와 처방 제한이 이루어졌습니다. 라니티딘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니자티딘 역시 NDMA 검출 우려로 일본, 한국 등에서 여러 품목이 회수 조치되었습니다. 니자티딘의 경우, 아질산기와 디메틸아민기가 특정 조건에서 자체적으로 분해·결합하여 NDMA가 생성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고, 보관 중 온도·습도 등 환경적 요인도 NDMA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메트포르민 일부 품목에서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국내에서는 31개 품목이 판매 중지되는 등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플루옥세틴, 시타글립틴, 리팜피신 등 다양한 의약품에서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검출로 인한 회수 조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NDMA 등 니트로사민류 문제는 단일 사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약물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니트로사민 이슈가 남긴 교훈과 규제 변화

NDMA 등 니트로사민 불순물 검출 사태는 의약품 제조공정의 위험평가와 품질관리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 FDA EMA, 그리고 한국 식약처 등 주요 규제기관은 니트로사민의 허용섭취량(AI)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고, 모든 의약품에 대해 잠재적 니트로사민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조사에게는 원료, 공정, 포장재 등 모든 단계에서 니트로사민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검출 시 신속한 보고와 시정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관리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제약업계와 규제기관 모두가 니트로사민 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 안전을 위한 품질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앞으로도 니트로사민 불순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과학적 규제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Peter Magee et al., The production of malignant primary hepatic tumours in the rat by feeding dimethylnitrosamine. Br J Cancer (1956)
EFSA Journal Vol 21, Issue 3 Risk assessment of N-nitrosamines in food (2023)

FDA Updates and Press Announcements on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 Recalls (Valsartan, Losartan, and Irbesar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