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로사민 사태 초기 환자/의료진 커뮤니케이션
본 게시물은 제약회사 개발팀 소속 저자의 개인적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글이며, 의학적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본 시리즈에서 다루는 의약품의 니트로사민 오염 및 생성 가능성은 전 세계 규제 당국의 대단히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평가되며, 필요 시 적절한 위험 저감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환자 안전성 평가 및 위험도 산정
초기 위험 평가 및 발표
2018년 7월 발사르탄 사태 초기 규제당국들은 환자의 암 발생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산정하여 발표했습니다. EMA는 초기 평가에서 발사르탄 최고 용량(320mg)을 7년간 매일 복용한 환자 5,000명 중 1명에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 화하이 제약회사 원료에서 검출된 평균 NDMA 농도(60ppm)를 기준으로 한 최악의 시나리오였습니다.
FDA도 비슷한 위험평가를 실시하여 최고 용량 발사르탄을 4년간 복용한 8,000명 중 1명에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위험도는 동물실험 데이터를 인간에게 외삽한 보수적 추정치였으며, 일반적인 평생 암 발생률(유럽 기준 33%)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한국 식약처의 영향평가
한국 식약처는 2018년 12월 19일 국내 환자의 실제 복용실태를 반영한 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0만명 중 0.5명에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여 ICH 기준(10만명 중 1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국내 환자들의 실제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고려한 보다 정확한 위험평가였습니다.
암 검진 필요성에 대한 판단
CHMP는 과거 노출 환자들에 대한 추가 암 검진이나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론적 암 위험이 매우 낮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며, 검진 방법 자체가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어떤 장기나 조직이 위험에 노출될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의약품 리콜 과정 및 범위
전 세계적 리콜 확산
2018년 7월 5일 EMA가 중국 화하이 제약회사 발사르탄에 대한 최초 리콜을 공지한 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노바티스는 화하이의 고객사로서 23개국에 보낸 2,300여 배치를 자발적으로 리콜했습니다. 총 22개국 이상이 리콜에 참여했으며, 미국 FDA는 7월 13일 리콜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리콜 규모와 특징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은 제품이 리콜되었습니다. 영국 2개사 5품목, 미국 3개사 10품목, 캐나다 6개사 21품목에 비해 한국은 54개사 115품목이 리콜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시스템의 특성상 동일 성분에 대해 너무 많은 제품이 허가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약처는 7월 7일 82개사 219품목을 잠정 리콜 발표했다가, 7월 9일 실제 화하이 원료 사용이 확인된 54개사 115품목으로 축소 확정했습니다.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총 175품목이 최종적으로 판매 중지되었습니다.
환자 및 의료진 커뮤니케이션
핵심 안전 메시지
모든 규제당국은 일관된 핵심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의 없이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고혈압이나 심부전 등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이므로 갑작스런 중단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환자 대응 지침
환자들을 위한 구체적 행동지침이 제공되었습니다:
- 처방전 병 라벨의 제약회사명과 로트 번호를 확인
- 정보가 불명확한 경우 조제한 약국에 문의
-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대체 치료법 논의
- 리콜 대상 약물이라도 대체약물 확보 전까지는 계속 복용
의료진 대상 지침
각국 규제당국은 의료진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공했습니다:
- 해당 제품 즉시 공급 중단 및 재고 격리
- 환자에게 오염물질로 인한 위험보다 복용 중단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고 안내하고, 다음 정기 진료 시까지 치료 검토 불필요함
- 기존 약물의 공급 이슈를 대비하여 대체 치료제 처방 준비
커뮤니케이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한국의 경우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었습니다:
발표 시점의 문제: 식약처가 대부분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주말에 발표하여 환자들이 확인할 수 없어 불안이 가중되었습니다.
일관성 부족: 초기 확대 발표 후 축소 수습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사전 협의 부족: 의협이나 약사협에 사전 고지 없이 발표하여 진료 현장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료진과 환자 간 위기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위해 정기적인 시뮬레이션과 교육, 평상시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환자 안전장치 및 후속 조치
대체 의약품 공급 확보
규제당국들은 리콜로 인한 의약품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체 의약품 공급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다른 발사르탄 제품이나 같은 계열의 다른 ARB 약물로의 전환을 지원했습니다.
장기적 안전관리 강화
이 사태를 계기로 각국은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 원료의약품 등록제도 개선
- 해외 제조소 실사 강화
- 불순물 관리 기준 설정
- 사후 모니터링 체계 구축
환자 추적 관찰
일부 국가에서는 노출된 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을 실시했습니다.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이 수행되어 실제 암 발생률을 모니터링했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전체적인 암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고 일부 특정 암종(간암, 흑색종)에서만 미미한 위험 증가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응을 통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기관리가 이루어졌으며, 향후 유사 사태 대비를 위한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남겼습니다.
참고문헌
EMA, Sartans Lessons Learnt Exercise Report
메디포뉴스, 발사르탄 사태, '한국의 기형적 제네릭 제도의 총체적 산물' 비판
South Shore Health, What To Do When Your Medication is Recalled